[기획번역] 일본 랭고평가위원회 보고서 ②

  • 교육센터 이야기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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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2-15

1. 위기의 현상
1-1 노동운동을 둘러싼 사회현황 - 현재 일본에서 진행되는 것

진행되고 있는 현상

장기침체 불황에 고뇌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사회적 병리현상이 만연하고, 정치도 통합능력을 상실하고 있다. 경제만이 아니라 사회와 정치라는 사회전체를 구성하는 전 영역에서 붕괴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시장주의를 사회 모든 영역에 철저히 하고, 경쟁사회를 목표로 매진하는 것이 이런 시대의 목적을 잃고 혼돈 상황을 타파하기 위한 유일의 길인 것처럼 설명되는 구조개혁이 실행되고 있다. 또 「일본은 악(惡)평등사회이다」라는 이데올로기가 현실을 무시한 채 만연하고, 극단적인 돈놀이(머니게임)로 경도되고 있다. 아메리칸 스텐다드형의 경제지상주의는커녕 금융지상주의가 전면에서 내서고 있다.
이렇게 경쟁주의ㆍ시장주의가 유포해간 90년대 이후의 일본에서는 격차의 확대와 불평등의 진전이 심각해져 갔다. 더욱이 IT혁명이 기술변화의 스피드를 가속화시켜 일하는 자가 그러한 변화에 따라가기 위해서는 수많은 어려움을 요구받게 되었다. 또 한편으로는 일내용이 평준화·유형화되어 오랜 시간에 걸쳐 기능을 쌓아온 사람들이 존경받지 않는 상황도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정한 분배란 무엇인가」라는 관점이 급속하게 누락되고 있다.
이런 상황 아래 발발한 이라크 전쟁은 제2차대전후에 형성되었던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협조의 세계질서를 미국 자신이 일방적으로 부정해 가는 것을 의미하고, 새롭게 세계질서가 형성되기까지 혼란의 시대가 될 것이 틀림없다. 더욱이 이 이라크전쟁은 힘이야말로 정의라는 사고가 압도하는 한편 국제법리와 협조의 틀을 끈질기게 창조하는 국제협조의 논리와 연대를 소홀히 하게 만들어 버렸다. 이것은 「강한 자가 보다 강하게」살아가는 「강자의 논리」에 지배된 사회를 지향하게 되는 조류가 일본만이 아니라 세계에 있어서도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서서히 깊어지는 위기

만연되는 경쟁주의와 시장주의는 사람들의 마음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지우고 있다. 끝없이 임금저하 경쟁에 내몰리고 리스트라 (역주 : restructuring의 일본식 표현. 본래 경영조직의 전반적인 재검토하여 사업을 재구축하는 것을 뜻하나 실제 ‘정리해고’를 말한다. )라 말하며 회사에서 인간이 추방되고, 실업자가 증가하고, 사회로부터 인간이 배제되어 가고 있다. 실업자는 350만 명에 이르고, 10년 전에는 1만1천 건이던 개인파산건수는 2002년에 22만4천 건으로 늘어나고 있다. 연간 자살자는 3만 명을 넘어 하루 100명의 사람이 자신의 목숨을 끊고 있는 상태이다.
이렇게 비참한 사태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하는 자는 ‘세상을 바꾸자’ 라는 의식이 약하고, 분노하지도 않는다. 자산평가를 포함해 디플레이션으로 샐러리맨의 정기수입이 상대적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사정도 있겠지만, 사람들은 물건의 풍요로움을 얻는 대신에 마음의 풍요로움, 윤리관, 뜻을 잃고, 「무리하지 않는」「활력이 없는」상태가 되어버렸다. 경제, 정치, 사회의 모든 면에서 서서히 점점 깊어지는 위기 속에서, 일하는 자가 편견으로 엉긴 사회를 주시하지 않으면 문제의식이 흩어져버리는 시대상황이기 때문에 나쁜 사건은 온통 「자기집 창밖」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 감상에 만족하고 있다. 「창밖」은 춥지만 「집안」은 따뜻하기 때문에 「창밖」에만 나가지 않으면 된다고 착각에 사로잡힌 채, 집 토대의 토사가 무너져 붕괴되지 직전까지 낭떠러지가 닥쳐오고 있는 것에는 눈을 감아버리고 있다. 그러나 추운 것은 「창밖」이 아니다.
물론 국민은 미래에 대한 불안에 내몰렸다. 젊은 세대는 아이를 낳고 키우는 여유를 잃고, 저출산고령화(少子高齡化)가 점점 진전되고 있다. 젠더관계의 변화에 대해 사회제도, 관행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다양한 문제가 나타나고, 외국인 노동자 문제도 현저하게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늘어나 노동기본권과 노동기준법의 경시도 심해지는 등 지금까지 합의되어왔던 최저한의 룰조차도 붕괴되고 있다.
더욱이 일본 재정의 소득재분배 기능은 선진 6개국 중 최하위인 동시에 사회의 세습화에 의해 「노력보다도 출신이 말하는 사회」로 되고 있다. 실질적인 기회의 균등이 보장되지 않은 채 경쟁주의가 철저해지면 불평등이 심화되고, 노력과 능력이 아닌 출신에 의해 이후의 삶에 격차가 생긴다. 더불어 정치적ㆍ경제적ㆍ문화적으로도 사회에 참여하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사람들이 구조적으로 재생산되는 사회적 배제도 일어나 버렸죠.

역사의 고비를 희망과 함께

이러한 사회가 정말로 우리들이 지향해온 사회인가? 이기주의가 충만하고, 경쟁에 내몰려진 사회가 좋은 사회인 것인가? 눈앞의 효율만을 구하고 공정을 잃어버려도 좋은 것인가? 잠시 긴 안목으로 시야를 넓혀보면 공정과 평등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효율의 전제라는 것을 간과해도 좋은가?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사회에 미래는 있는가? 물론 일본의 「구조개혁」은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사회의 영역에 경쟁원리를 도입하고 규제완화를 하는 것만이 「구조개혁」인 것처럼 선전되고 있는 현상은 문제이다. 인간이 공동생활을 하는 사회에서는 본래 협력과 연대가 존재하지 않으면 사회 그 자체가 성립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무시하고 일본사회가 정말로 필요로 하는 「개혁」을 추구하지 않은 체 경쟁주의ㆍ시장주의를 지상이념으로 해가는 것이 결코 내일의 희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역사의 고비」에 다다르고 있는 현재, 랭고는 일하는 자의 관점에 서서 일하는 자에 있어서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신중하고 냉정하게 핸들을 틀 필요가 있다. 더욱이 일하는 자의 관점에 서서 그 핸들을 움직이는 것은 ‘노동조합이 아니고는 할 수 없는 역할’임과 아울러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잊어버리면 안 된다. 새로운 사회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도 여기에 멈추어 서서 노동조합이 처해져 있는 사회상황을 확인한 다음에 노동조합ㆍ운동의 원점을 재검토하고 이념을 재구축해야만 한다.

1-2 노동운동의 현상 : 이대로는 노동운동의 사회적 존재의의가 점점 희박

(1) 양·질 양면에서 위기적 상황

노동운동과 노동조합이 처해 있는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이대로는 노동운동이 뿌리로부터 붕괴되어 버릴지도 모른다는 절박한 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양적 측면부터 보면 랭고가 결성된 이래 조합원은 100만 명이나 감소하고, 조직률도 20%아래에 머무는 상황이다. 이런 조직률 저하는 사회의 변화에 노동조합이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지금까지 노동조합은 일반적으로 정규직을 주로 조직해 왔다. 그 정규직은 특히 1990년대 후반이후 극적으로 감소하고, 대신에 파트타임노동자와 파견노동자, 아르바이트 등으로 대표되는 비정규직이 증가하고 있다. 파트타임노동자의 조직률은 2.5%정도에 지나지 않으며, 조합이 사회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바뀌고 있는 것만 아니라 특수고용직( 역주 : 원문에는 개인 청부업자로 표기되어 있으나 우리 현실을 반영해 글에서는 모두 특수 고용직 노동자로 표기한다.) 등으로 바뀌고 있으며, 고용노동자 자체가 감소하는, 노동조합이 지금까지 겪지 못한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산업구조도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크게 이동하여 서비스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새로운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조직화하지 않고는 노동조합의 조합원수가 감소의 길을 걷는 것은 명백하다.
노동운동은 양적 위기와 함께 질적 위기에도 빠져있다. 냉전의 끝과 이데올로기의 종언에 의해 노동운동은 이론의 틀을 상실하고 말았다. 일하는 자로서의 의식이 희박해지고, ‘일하는 자가 일하는 자로서의 의식을 갖는 것이 인간으로서의 일보 전진한 사고’라는 것을 부정하는 분위기조차 양성되고 있다.
지금까지 노동의 성과인 소득의 분배에 있어서 「균형」을 살려온 일종의 대항세력 (역주 : 원문은 countervailing power를 의미한다. 이는 기업에 대한 노동조합이 기업이 얻은 이익의 분배를 요구하고, 동등한 위치에 서는 대항력. 社會的拮抗力)인 노동조합은 시대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존재가 아닌 시대의 꽁무니를 겨우 쫓는 이미지로 반전해 버렸다. 그것도 노동조합이 넓게 사회에서 받아들이는 새로운 틀 구축에 이르지 못한 채 기반이 애매해져 강력한 운동을 전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노사대등이라는 의식도 희박하여 노동조합의 기본인 「고용중시」의 방파제조차 붕괴되었다. 이러한 노동조합의 위기의 배경을 보면 노동조합 간부와 직장의 조합원과의 유대가 약해 진 것을 지적할 수 있다. 더욱이 노동조합(관련) 조직자체가 비리를 일으키는 등 노동조합 스스로가 윤리관이 결여되고 있다고 판단되는 것도 사실이다. 기업의 불상사에 대해서도 노동조합의 체크 기능이 약해져 대항세력으로서의 기능을 못하고 있다. 이렇게 노동조합 활동이 위기적 상태에 빠져 있는 배경에는 사회상황의 변화라는 외재적 영역만이 아니라 노동조합의 내재적 문제도 산적해 있다.

(2) 외부에서 보면 현 노동조합은 이렇게 비춰지고 있다.

 평가위원이 외부에서 노동조합을 바라보면 랭고가 하고 있는 운동도 활동도 국민의 눈에는 확실하게 보이지 않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강하다. 물론 보이는 운동도 있다. 그러나 보여 온 운동에는 노동조합이 고용이 안정된 노동자와 대기업에서 일하는 남성 정규직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고, 노사협조노선에 푹 젖어있어 긴장감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더욱이 머니게임으로 변한 자본주의의 황폐와 불평등ㆍ격차의 확대라는 부조리에 대한 분노가 그다지 느껴지지 않으며, 그 운동에 박력이 없다. 조합자체에 이기주의가 뿌리를 내리고 수비적으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 변화하는 사회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조직형태가 아니고, 여성과 젊은이 등을 위해 역할을 하고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상태이다. 전체를 외부에서 평가하라고 하면 ‘노동조합 운동이 국민의 공감을 갖는 운동을 하고 있는가?’ 라는 의문을 강하게 품지 않을 수 없다.
일하는 국민의 이해를 명실 공히 대표하는 조직이 되고, 국민이 연대할 수 있는 조직이 되기 위해서 노동조합이 각오에 찬 변신을 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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