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사태를 어떻게 볼 것인가!

  • 글쓴이: 안재원 (노동자교육센터 운영위원,금속노조 정책원)
  • 2018-03-26

 지난 설 명절을 앞둔 2월 13일 한국지엠은 군산공장 폐쇄를 5월말 부로 결정했고, 전날 밤 정부에 통보했다고 한다. 그리고 곧 바로 전 사원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여 3월 2일 희망퇴직을 마감한 결과 사무직 500명을 포함하여 2500명이 희망퇴직을 하였다.(전체 종업원 대비 15%가 퇴직하였다) 군산공장 조합원은 대략 950명이 퇴사하여 군산지회 조합원 2/3가 공장을 떠나게 되었다.

 2월 13일 군산공장 폐쇄 발표 이후 매일매일 한국지엠 관련 보도가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한국지엠 약사

 2001년 대우차 부도 사태 이후 2002년 GM이 대우차를 5억불에 인수.(산업은행은 지분 28% 출자)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GM은 2009년 6월 파산보호신청

 2009년 9월, GM은 4,912억 유상증자 단독 실시(산업은행 유상증자 불참으로 지분 17%로 하락. 비토권 상실)

 2010년 산업은행과 GM은 ‘GM대우 장기발전전망 협약’ 체결 및 CSA 개정(12월) : 내용 비공개

 2011년 1월 GM대우에서 한국GM으로, ‘쉐보레’ 브랜드로 바꿈. 9년만에 ‘대우’와 완전 결별

 2012년 말 2013년 초에 1조 7천억에 달하는 우선주 전액 산업은행에 현금으로 상환. (2012년 말부터 글로벌 GM으로부터 대규모 차입 시작)

 2012년 말 돌연 차세대 크루즈 배제 통보. 2013년 12월, 쉐보레 유럽 철수 결정

 2013년 2월 한국GM에 경쟁력 확보 및 지속가능경영 위한 미래 청사진 GMK 20XX 발표.

 5년간 8조원 투자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

 2013년 12월 유럽 수출 쉐보레 2015년부터 년 15만대 감축 발표

 2014년 군산공장 1교대 전환 등 구조조정 공세 확대

 2017년까지 5번의 희망퇴직 실시

 2018년 2월 군산공장 폐쇄 결정

 

 글로벌 GM의 경영전략의 변화

 돌아보면 한국지엠은 2002년 대우차에서 GM으로 인수 된 이후 글로벌 GM의 소형차 전진기지 역할을 충실히 해 왔다. 지난 2009년 GM 부도 당시 90만대 생산 규모를 가진 한국지엠은 부도 탈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하지만, 부도 이후 수익성을 강조하던 GM은 메리바라 회장 취임 이후 지속적 적자 상태인 오펠을 매각하고, 북미 트럭, 중국 시장, 고급차(캐딜락), GM Finance, 미래차 부분으로 사업을 집중하고 있다. 동시에 한국지엠의 비중은 축소되고 있다. 2016년까지 한국지엠의 생산 흐름을 보면 완성차는 1/3, CKD는 50% 축소되었다.

 세계 자동차산업의 글로벌 업체들은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고 있었다. 1000만대 생산과 판매를 선점하기위한 노력들이 빅3(GM, 폭스바겐, 도요타)의 주요 목표였다. 하지만 GM은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기보다 수익과 미래차 부분으로 사업을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유럽의 100만대 생산규모를 가진 오펠을 르노에게 매각하였다. 르노는 2016년 5월 미쓰비시까지 인수하면서 2017년에 1061만대를 판매하여 글로벌 2위 업체로 도약했고, GM은 4위로 떨어졌다.

 이런 흐름이 한국지엠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GM이 중국시장을 중요시하면서 한국지엠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축소되었다. 또한 2013년 8조를 투자한다는 계획도 계획에 그쳤으며, 물량축소만 지속되었고, 2017년 52만대 생산, 2018년 49만5천대를 생산하겠다고 밝힌 상태이다. 2012년 127만대를 기록한 CKD 물량도 2016년 66만대, 2018년 47만대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지엠 자본잠식과 그에따른 군산공장 폐쇄 하겠다는 이유

 한국지엠은 재무제표 상 자본 잠식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군산공장은 생산량 저하로 작년에 주2회 일하였고, 올해부터는 주1회 일하는 물량이기 때문에 공장을 폐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지엠 내부에서는 재무제표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지난 5년간 누적적자 1조 9787억원은 GM에 지불하는 비용이 대부분이라는 데 있기 때문이다.

 

 <2012~2016년 한국지엠 적자구조>

 

5년간 누적적자 1조 9787억원

GM에 지불하는 비용 1조 5067억원 (총적자의 76%)

나머지

본사에 지불한 이자비용

유럽/러시아

철수 비용

본사 개발 및

구매비 분담

본사

업무지원비

4,955억원

5,085억원

3,730억원

1,297억원

4,720억원

 

 게다가 매출원가율도 최근 3년 평균이 93.8%에 이르고 있다는 점도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GM 본사는 85.3%, 쌍용차는 83%대, 현대차 76%대에 이르기 때문이다. 매출원가율이 높다는 것은 이익이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군산공장에도 크루즈 후속 물량을 배치하지 않았고 그러기에 GM은 군산공장 폐쇄를 준비해왔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한국지엠지부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합리적 의심’이 맞다며 지속적으로 문제제기 해 왔으나 GM은 아니라고만 할 뿐 그 진실을 밝혀내지 못한 상황이었다.

 

 향후 전망과 쟁점

 GM은 자본잠식을 벗어나기 위해 향후 신차 2차종의 배정을 하겠다며 지분율만큼 정부의 출자 또는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노동조합에게는 군산공장 폐쇄, 정비사업소 외주화, 희망퇴직, 2018년 임금동결과 복지축소 등의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 주주·채권자·노조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고통 분담, 장기적으로 생존 가능한 경영정상화 방안 마련이라는 3대원칙을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지엠지부는 ▴군산공장 폐쇄 결정 철회 ▴특별세무조사 ▴신차투입 로드맵 제시 ▴생산물량 확대 ▴차입금 3조원 자본금으로 투자 ▴노조 참여 경영실태조사 실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관련 금속노조는 2월 19일 한국지엠 문제에 대한 노정교섭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뒤, ▴노정교섭 시작 ▴노조참여 실사 ▴외투기업 규제대책, 한국지엠 경영진 책임 규명 ▴군산공장 폐쇄 철회, 총고용 보장 ▴제조산업 일자리 정책 마련 등 5개 요구안을 결정하고 노조 대책위 및 범국민 대책위 구성 등을 결의하고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GM의 이전가격 등 부실원인에 대해 실사를 하기로 했고, 노조는 이에 객관적인 실사를 위해 노조 추천 실사단 참여를 요구했으나 산은은 거부한 상태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일 방한한 엥글 사장은 한국지엠 경영정상화를 위한 GM 측의 투자계획을 밝혔다. 신차배정 및 3조원에 달하는 신규 투자, 외국인투자지역 신청 등이 핵심을 이루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경영실사에 대한 조속한 시행을 합의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산은은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GM 본사의 자구 계획안이 실현 가능한지 판단해 자금 지원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아마도 지원은 신규 자금 투입이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GM은 이달 초 산은에 보낸 이메일에서 한국지엠에 빌려준 27억 달러(약 2조9000억원)를 출자 전환하겠다면서 대신 신차 출시나 생산에 필요한 28억달러(약 3조원) 규모의 신규 투자에 참여할 것을 요구했다. 산은도 한국지엠이 자구계획에 따라 회생 가능성이 보이면 지분율 17%만큼(약 5000억원) 신규 투자에 참여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렇게 실사가 진행될 경우 GM에게 실사를 통해 부실원인의 면죄부를 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그리고 신차 두 종류의 경우 한 차종은 이미 트랙스 후속차종으로 내정된 것과 다른 차종으로 알려진 CUV는 스파크 이후 후속차종이라는데 생산시기는 2022년으로 아직 차종이 확정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게다가 베리 엥글 사장이 주장하는 50만대 생산 규모는 한국지엠이 생산량이 축소되었으며 더 이상 늘지 않는다는 것이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2017년 생산규모가 52만대였기 때문에 그 이상은 결코 생산하지 않겠다라는 점이다. 또한 2018년 임금협상을 빨리 종결하자고 하면서 임금동결과 복지축소, 승진과 성과급은 없다는 등 노조의 양보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GM이 철수를 감행한 해외사례를 보더라도 최대한 정부의 지원과 노조의 양보를 취하다가 그에 만족하지 못하면 철수를 단행하는 것이 GM이다. 1970년대까지 미국의 정계와 경영학계에서는 “제네럴모터스(GM)의 이익은 미국의 이익”이라는 말이 유행했다고 한다. 자본의 이익을 위해서는 철저하게 계산하고 준비해 행동하는 GM이다.(외국인투자지역으로 지정되면 단지 조성 땅값의 50%(수도권은 40%)가 정부 예산으로 지원된다. 입주 기업의 경우 7년간 법인세 및 소득세가 면제되고, 그 이후 3년 동안은 매년 50%를 감면하는 혜택을 받는다.) 이미 창원공장에서 생산하는 다마스와 라보도 이산화탄소 규제로 생산이 불가능했지만 정부의 양보로 2019년 말까지 생산이 연장된 바 있다. 이렇듯 최대한 이익을 빼먹고 가는 것이 GM의 경영방식이다.

 그런 점에서 GM 사태를 통해서 우리가 새롭게 봐야 할 것은 외자기업에 대한 인식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한국지엠 사태를 보는 관점은 크게 글로벌 GM의 횡포와, 대기업 노조의 안이함으로 표현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외자자본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97년 외환위기 당시 자본 투자는 무조건 선이라는 기본 명제가 사회적으로 제시되었던 바 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시각은 여전한 편이다. 론스타, 쌍차 때 확인한 상황이 10년만에 다시 반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그 시야를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

 두 번째는 사회적으로 GM의 나쁜 실체를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실사단으로 어설프게 면죄부를 줄 경우를 대비해 국정조사를 통해서라도 그동안 노조가 주장했던 ‘합리적 의심’에 대한 실체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글로벌 GM의 약탈적 방식으로 모기업이익을 극대화하는 문제점을 반드시 드러내야 한다.

 셋째로는 GM이 원하는 바대로 단기적으로 이 사태가 마무리 되어선 안된다. GM은 지방자치선거 이전에 정부와 노조의 협조와 양보를 이끌어내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하기에 군산폐쇄를 5월말로 선언한 이유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희망퇴직을 통해 1차적으로 2500명의 인원 감축이 성공했기에 계획한 시한 내 정리가 되도록 정부와 노조를 압박할 것이다. 4월 말 희망퇴직 위로금 지급 등 자금이 소요되기에 이를 계기로 협조와 양보로 마무리 할려고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정부는 분명한 요구조건을 걸고 나서야 하며 노동조합도 구조조정 전선을 시급히 만들 필요가 있다.

 넷째로는 향후 전망을 준비하는 관점이 필요하다. 로이터통신을 통해서는 5천명의 인원정리가 필요하다고 떠들고 있다. 이는 지속적으로 한국지엠과 정부를 흔들면서 양쪽의 양보를 획득하기 위한 전략이다. 또한 CUV가 확정이 안되면 그 다음 차례는 창원공장이 될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산업은행이 공개하지 않은 2010년 12월 맺은 ‘장기발전협약' 등을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산업은행이 밝힌 장기발전협약 주요내용은 GM이 한국을 철수하더라도 GM대우는 독자적인 인력, 설비, 라이센스 등을 갖고 종합 자동차회사로 살아남을 수 있는 협약이다. 예컨대 CSA(비용분담협정) 개정을 통해 차량 라이센스 관련한 내용을 포함해, GM이 만에 하나 철수하더라도 독자생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한다. 이를 기초로 한국지엠의 지속가능을 보장할 중장기 계획을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전망과 계획 확보는 이해당사자를 넘어 한국자동차산업의 전망을 확보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러한 계획에 대한 접근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실천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해 가는 데 가능하기에 더욱 절실하게 투쟁과 연대가 필요한 시점이다.